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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이 알아야 할 감기의 정의(올바른 감기의 개념)

안녕하세요. 해군 군의관입니다. 오늘은 '환자들이 알아야 할 감기의 정의(올바른 감기의 개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감기(Common cold)'는 우리가 살면서 가장 많이 만나는 질병입니다. 때문에 환자들은 의사들이 가장 쉬운 질환인 '감기'에 대해서 아주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의사들이 교과과정에서 감기에 대해 배우는 것은 아주 미미합니다. 

따라서 의사들도 나중에 '감기'라는 질환에 대해서 따로 자세히 공부하지 않으면 정작 감기의 개념과 진행 과정에 대해 실제로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이유로 의사들 사이에서도 '감기'라는 개념의 차이가 크게 발생합니다. 

같은 의학교육을 받은 의사들 사이에서도 그러니, 의사와 보호자, 보호자 간에 '감기'라는 말의 의미는 상당히 다릅니다. 따라서 일차진료에서 쓸 수 있는(환자들이 알아두어야 할) '감기'의 정의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운영하는 국가건강정보포털에서는 감기를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상기도 감염이며 다른 말로 급성비인두염(Acute nasopharyngitis)이라고 한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조금 내용이 어려워 보이는데요. 아래에서 몇 가지 질문을 통해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1. 감기는 급성 상기도 감염(Upper respiratory tract infection, URTI)일까?

기도(airway)의 호흡기 질환 분류에서는 부위별로 분류하는 방식을 많이 사용합니다. 일반적으로 감기는 기도 중에서도 위쪽에 해당하는 상기도(Upper respiratory tract)의 염증으로 정의합니다.

일반적으로 위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상기도는 비강(Nasal cavity), 인두(Pharynx), 후두(Larynx)를, 하기도는 기관(Trachea), 기관지(Bronchus), 폐(Lung)를 지칭합니다. 그렇다면 비염에서 후두염까지가 상기도 감염일까요? 그 하부에 파급되면 감기가 아닐까요?

기도(Respiratory tract)는 연속되어 있으며, 특히 소아는 코와 인두, 후두, 기관이 근접해 있습니다. 바이러스 같은 병원성 미생물은 점막에서 점막으로 잇달아 감염이 퍼지기 때문에 특정 부위에만 병변이 국한되지 않습니다. 중증화되어 입원 치료를 해야할 정도의 경우에는 병변 부위를 확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들이 흔히 경험하는 일차진료에서는 이러한 분류에 따라 감기를 정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기도(Respiratory tract)는 하나로 되어 있으며 연속된 기관(Organ)입니다. 감기는 "상기도(Upper respiratory tract)에만 바이러스가 감염되고 하기도(Lower respiratory tract)에는 전혀 감염되어 있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따라서 같은 환자의 같은 증상을 보고도 의사에 따라서 쉬운 용어인 '감기(Common cold)'라고 할 수도, 상기도 감염의 하나인 '인두염(Pharyngitis)'이라고 할 수도, 그도 아니면 하기도 감염이라고 분류되는 '기관지염(Bronchitis)'이라고 진단내릴 수도 있습니다. 

모두 같은 현상을 보고 의사가 집중하는 포인트에 따라 용어를 다르게 사용했을 뿐 본질적으로는 같은 병태에 대한 규정입니다.

  1. 감기와 감별해야 할 다른 질환(부비동염, 중이염, 편도염, 인후염, 후두염, 기관지염, 세기관지염)과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앞에서 감기는 '급성비인두염(Acute nasopharyngitis)'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비인두염'이라는 말은 다시 풀어서 얘기하면 '비염(비강의 염증)' + '인두염(인두의 염증)'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감기 바이러스는 '비강'과 '인두'에만 국한되어 염증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따라서 감기는 넓게 보면 비부비동염(Rhinosinusitis), 중이염(Otitis media), 편도염(Tonsillitis), 인두염(Pharyngitis), 후두염(Laryngitis), 기관지염(Bronchitis), 세기관지염(Bronchiolitis)과 겹치는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그 관계를 벤다이어그램으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습니다.

다시 말하면 비부비동염(Rhinosinusitis), 중이염(Otitis media), 편도염(Tonsillitis), 인두염(Pharyngitis), 후두염(Laryngitis), 기관지염(Bronchitis), 세기관지염(Bronchiolitis)의 일부는 감기에 포함됩니다. 비부비동염, 중이염, 편도염, 인두염, 후두염, 기관지염, 세기관지염이라고 해서 감기가 아닌 것이 아닙니다. 

물론 그림의 편의상 비부비동염, 중이염, 편도염, 인두염, 후두염, 기관지염, 세기관지염을 서로 겹치는 부분이 없게 그렸지만 위 질환들도 서로 겹치는 부분이 많습니다. 비부비동염이면서 중이염일수도 있고, 편도염이면서 인두염인 것도 가능한 것이죠. 물론 3개 이상의 병발도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일반 감기'와 '중증화되어 병변 부위를 확정할 필요가 있는 진짜 비부비동염, 중이염, 편도염, 인두염, 후두염, 기관지염, 세기관지염'의 구별은 어떻게 할까요?

위는 "기도감염의 중증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개념도입니다. 증상이 심하고 중증일수록 짙은 색깔이며, 증상이 가볍고 경증일수록 옅은 색깔입니다. 

위와 같이 '일반 감기'와 '중증화되어 병변 부위를 확정할 필요가 있는 진짜 비부비동염, 중이염, 편도염, 인두염, 후두염, 기관지염, 세기관지염'의 관계는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스펙트럼과 같습니다. 단순히 '감기' 아니면 'XX염'라는 이원론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일차진료를 받을 때는 병의 초기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시점에서 판단할 때는 늘 불확실한 것이 들어가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가 흔히 접하게 될 감기의 정의는 '대부분 자연치유가 예상되는 경증의 기도감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입니다. '대부분 자연치유가 예상되는'이라는 말에는, 적지만 일정 비율로 악화될 수도 있다는 의미를 포함합니다.

위와 같은 개념을 진료하는 의사와 환자가 공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발병 당시에는 단순히 경과 관찰(wait and see approach)을 해도 되지만, 악화되면 그 때부터 적절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는 것이 감기입니다. 

전의 글들에서도 거듭 강조했듯이 감기의 대처는 '미리 항생제나 해열제를 먹이는 것'이 아니라 '일단 지켜보고 혹시 악화가 된다면 그때의 상태에 맞춰서 치료를 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환자들이 알아야 할 감기의 정의(올바른 감기의 개념)'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요. 길게 적어놓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환자의 상태'이지 '용어'가 아닙니다. 이 글을 통해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이 감기에 대해 정확한 개념을 가지고 '용어' 그 자체에 휘둘리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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