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감기에 진통제를 사용해야 할까?
안녕하세요. 해군 군의관입니다. 오늘은 '소아 감기에 진통제를 사용해야 할까?'라는 이슈에 대해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일전에 저는 소아 감기에 항생제, 항히스타민제(콧물약), 진해거담제(기침가래약), 비충혈제거제(코막힘약)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병원에서 감기약을 처방받거나 약국에서 종합감기약을 구입할 경우 진통제 성분이 들어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진통제'를 많이 오남용하고 있습니다. 일반약 슈퍼판매 허용에 따라 접근성이 높아져 진통제 소비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진통제 중 가장 널리 쓰이는 비스테로이드 항염증제(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s, NSAIDs)는 감기나 독감과 같은 급성 호흡기 감염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널리 사용되는 약물로 아스피린, 이부프로펜 등이 있습니다.
진통제가 소아 감기에 꼭 필요한 약인지 아래의 논문을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2015년에 코크란(Cochrane)에서는 '감기에 대한 진통제의 효과(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s for the common cold)'에 대해서 리뷰 논문을 발표하였습니다.
저자들은 감기에 진통제의 효과 유무를 평가하기 위해 무작위 연구 논문 9개를 선별하였습니다. 논문에 포함된 환자는 총 1,069명이었고, 포함된 환자들은 미국, 일본, 벨기에, 덴마크의 성인과 소아들이었습니다.
검토 결과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진통제는 감기로 인한 통증 관련 증상(두통, 이통, 근육통)을 개선할 수 있지만 감기로 인한 인후통에는 효과가 없었습니다. 또한, 진통제는 감기로 인한 기침 및 콧물 개선에는 효과가 없었으며, 감기의 이환기간도 줄이지 못했습니다.
반면에 포함된 임상 시험 중 일부에서 진통제를 복용한 군에서 위장관 문제, 발진 및 부종이 부작용으로 나타났습니다.

2015년에 'Journal of Infectious Diseases'에 발표된 'Acute Respiratory Infection and Use of 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s on Risk of Acute Myocardial Infarction: A Nationwide Case-Crossover Study'이라는 논문은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약 7년간 대만 국민 건강 보험(National Health Insurance Program)의 통계를 분석한 것으로 약 10,000명의 심장 마비로 입원한 환자들의 데이터를 검토한 연구입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급성 호흡기 감염 중에 비스테로이드 소염진통제(NSAIDs)를 복용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심장 마비 위험이 3.4배 증가했습니다. 병원에서 진통제를 정맥 주사로 투여한 경우 심장 마비 위험은 위험 인자가 없는 환자의 7.2배로 훨씬 더 컸습니다.
위 논문의 대표 저자는 의사들이 급성 상기도 감염(특히 감기)에서 진통제를 사용하면 심장 마비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진통제는 감기로 인한 상기도 감염 증상(기침, 콧물, 인후통)에 효과가 없었으며, 감기의 이환기간도 줄이지 못했습니다. 오직 우리가 몸살감기라고 부르는 통증 관련 증상(두통, 이통, 근육통)만을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통증이 심해 참을 수 없다거나 반드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감기에 한시적으로 진통제를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참을 수 있는 통증임에도 불구하고 별 생각 없이 진통제를 복용하거나 관행적으로 진통제를 처방해서는 안됩니다.
단순히 감기로 인한 통증을 줄이는 이득에 비해 위에서 볼 수 있듯이 그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특히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소아, 노인, 만성질환자, 임산부 등의 복용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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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donga.com](http://news.donga.com/3/all/20151005/74010911/2)

미국식품의약국(FDA)은 2008년부터 만 2세 미만은 감기약을 먹지 않게 하고 만 4세 미만 역시 가급적 감기약 복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19692006년까지 감기약을 복용한 어린이 122명이 사망한 사례가 있고, 20042005년에만 2세 미만 영유아 1500여명이 감기약을 복용한 뒤 경련, 의식저하 등 심각한 부작용을 겪었습니다. 영국도 2009년부터 6세 미만에게 어린이 감기약 사용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2015년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약국에서 파는 어린이 감기약 주의사항에 ‘만 2세 미만에게 투여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넣도록 했습니다. 그린콜시럽, 뮤코펙트시럽 등 어린이 감기약 143품목의 만 2세 미만 영유아 투약이 원칙적으로 금지됐습니다.
이러한 과학적 근거의 부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부 병의원에서는 진통제가 필요하지 않은 감기에도 관행적으로 진통제를 처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의사들뿐만 아니라 병의원을 이용하는 환자들도 이러한 현실을 알고 진통제 오남용에 대해서 인식하고 자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여집니다.
안타깝지만 인식은 한 번에 바뀔 수 없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도 의학정보에 대해서 알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아무쪼록 이 글을 통해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이 감기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올바른 치료를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