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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에 있어서 발열(fever)이란 어떤 의미일까?

안녕하세요. 해군 군의관입니다. 오늘은 '소아 감기에 발열(fever)이란 어떤 의미일까?'라는 이슈에 대해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에게 있어 가장 무서운 것은 역시 '열'이 아닐까 합니다. 아이가 어릴수록 열로 인한 부모님의 스트레스는 심할 수밖에 없는데요.

오늘은 정확한 사실과 근거를 기반으로 '발열(fever)'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려고 합니다.

발열(fever)은 면역자극에 대한 정상적 적응반응으로, 일중변동(daily variation)을 넘어서 체온이 증가한 것 또는 병리적인 자극의 결과로 인해 시상하부 체온 기준점이 상승한 것으로 정의합니다. 발열의 정의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양하지만 여러 전문가들은 직장 또는 고막체온이 38℃, 구강체온이 37.8℃, 그리고 액와체온이 37.2℃ 이상이면 발열로 정의합니다. 

발열은 아동이 가장 흔히 접하는 증상 중 한가지로, 질병의 증상이지 발열이 질병 그 자체는 아닙니다. 하지만 많은 부모님들이 발열을 질병의 한 증상(symptom) 또는 징후(sign)라기보다는 질환(disease)으로 믿기 때문에 39℃ 이하의 열에도 불안해하고 걱정을 하는 경향이 있으며, 적극적으로 열을 치료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대부분의 열은 자기 한정적이며(self-limiting)이며, 면역자극에 대한 정상적 반응입니다.

2001년에 발간된 한 논문에서는 발열 공포(fever phobia)에 대한 개념이 소개된 후 20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부모들의 발열 공포가 지속되고 있으며, 20여년 전보다 더 자주 체온을 측정하고, 잠자는 아동을 깨워 해열제를 주고, 미온수 목욕을 한다고 보고하였습니다. 이러한 발열 공포는 결국 의료 이용의 증가로 이어지게 됩니다.

* 발열 공포(fever phobia) 미국의 소아과 의사 바턴 슈미트가 1980년 발표한 논문에서 유래된 말로 대부분의 부모가 열에 대해 과도한 공포심을 갖고 부적절하게 대처한다는 점을 지적한 말입니다. 발열 공포는 특히 밤에 더 심해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밤이 되면 의료기관을 찾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불안감이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는 논문에서 "81쌍의 부모를 조사한 결과, 부모의 52%가 '아이가 40℃ 미만의 열로도 심각한 신경학적 부작용을 겪을 것'이라고 응답했다"며 "무려 85%의 부모가 아이의 체온이 38.9℃가 되기도 전에 해열제를 먹인다"고 밝혔습니다.  발열공포라고 정의한데서 알 수 있듯이 이런 우려는 사실과 거리가 멉니다.

의료인들 역시 교육을 통해서 발열에 대한 부모님들의 두려움을 완화시켜 적절한 발열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해야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인들조차 발열 및 발열관리에 대해 지식이 부족하고, 발열시 대처하는 방법에 최근의 연구결과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의료인들의 이러한 잘못된 발열 관리는 부모님에게 혼동을 야기시키며 결국은 그들의 발열공포(fever phobia)에 기여하게 됩니다.

임상에서 소아과 의사들은 열이 있는 아동에게 경증(mild) 또는 중등도(moderate)의 발열 시에도 즉시 또는 필요시 해열제를 처방하는 경향이 있으며 부모님들은 열이 있지만 잘 노는 아동에게조차 해열제를 투여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과거 수십년 동안 발열의 긍정적인 효과를 입증하는 많은 과학적 근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임상이나 지역사회에서 행해지고 있는 발열관리는 안타깝게도 아직 과학적 근거가 잘 반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부모님들 역시 사실상 열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발열이 중요한 이로운 점이 있다는 정보를 거의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정상 아동에게 발열은 적이 아니라 친구입니다. 발열은 면역과정을 증진시키고 감염에 견디는 능력을 향상시켜 줍니다. 다만, 심각한 질환을 가진 아동에게 열은 적이며 질병을 악화시켜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상 아동에게 발열은 해로운 효과보다 이로운 효과가 더 크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발열의 이로운 효과와 해로운 효과를 간단히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이로운 효과 체온은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높은 온도에서 잘 자라지 못하게 하기 위한 면역반응에 의해 증가합니다. 항체나 백혈구는 고온에서 더 작용을 잘합니다. 따라서 40℃ 미만의 발열은 이로운 효과를 가집니다. 체온이 1℃ 증가할 때마다 대사율은 10% 증가되고, 빠른 대사율에 의해 생성된 보다 높은 체온이 림프구 변형을 자극하고 호중구의 자동 운동성이 증가하여 식균작용이 보다 효과적으로 되며, 인터페론 생성에 영향을 줍니다. 이로 인해 면역의 효율성은 증가하고, 조직 회복도 빨라집니다. 반대로 대부분의 세균은 열에 민감하여, 체온이 올라감에 따라 세균의 성장률과 이동성은 감소되고, 자기 파괴는 증가되며, 세포벽은 손상됩니다. 바이러스 또한 주위의 온도에 민감하여 체온이 증가함에 따라 복제 속도가 느려집니다. * 해로운 효과 발열로 인해 증가한 대사율은 아동의 인체에 높은 스트레스를 초래하고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게 하므로, 발열은 근본적으로 순환기, 호흡기, 신장, 그리고 대사문제를 가진 아동을 포함하여 발열로 인해 문제가 발전될 위험을 가진 아동에게는 스트레스원입니다. 따라서 중환아는 열을 떨어뜨리기 위한 치료를 받아야합니다. 아주 드문 경우이지만, 40℃ 이상의 열이 지속되면 비가역적인 세포손상의 위험이 커지고, 43℃ 이상의 열에서 신경손상이 일어나며, 45℃ 이상의 열에서 세포파괴와 더불어 체온조절은 중단됩니다.

발열은 발열물질에 의해 생기는 몸의 반응으로 비교적 해가 없으며, 대부분의 경우 특별한 처치 없이 정상으로 회복되므로 일반적으로 치료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열이 오르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면역반응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습니다.

2007년에 발간된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are Excellence, NICE)에서는 발열 아동의 심각한 질병 위험성을 진단하는 것을 돕기 위해 신호등 체계를 제시했습니다.

3개월 미만의 영아가 38℃ 이상, 3~6개월의 영아가 39℃ 이상의 체온을 보이는 경우에는 병원에서 추가검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아동을 깨우기가 어렵다거나 또는 깨울 수 있더라도 깬 상태를 유지하지 못할 때, 약하고, 울음소리가 고음 또는 계속 울 때, 피부가 창백하고, 얼룩덜룩하고, 청색, 잿빛일때, 피부탄력도 감소, 담즙이 착색된 구토를 할 때, 중간 또는 심각한 흉부함몰이 있을 때, 호흡수가 60회/분 이상일 때, 그렁거림, 천문팽 창, 좋지 않아 보이는 것과 같은 증상은 심각한 질환일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의학적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소아에서 대부분의 발열은 심각한 질환이나 세균에 의해서 발생하기 보다는 감기, 독감과 같은 바이러스 감염의 증상입니다. 만일 아동의 체온이 38~39℃이어도 잘 놀고 편안해 하면 해열제를 줄 이유는 없습니다.

많은 엄마들이 아이가 열이 나면 원인을 알고 싶어 합니다. 물론 원인을 아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원인을 몰라도 큰 문제가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의사들도 아이들의 병의 원인을 정확히 모를 때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언제든지 작은 병을 앓을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한 병이 아니면 괜찮습니다. 아이들을 자세히 관찰하며 지켜봐주는 것만으로도 치료는 충분합니다.

이제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이 잘못된 발열 공포(fever phobia)에서 벗어나 발열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올바른 치료를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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